국가유산기본법 제7조 5항은 조화, 균형을 통해 국가유산의 지속가능성을 도모할 것, 6항은 지역의 고유한 역사와 다양성을 존중하며, 다양한 공동체의 활성화와 지역발전에 이바지할 것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에 국가유산청은 지역 활성화 및 지방소멸 위기 대응을 위해 우리 고장의 국가등록문화유산을 활용하여 체험, 답사, 공연 등과 연계한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지역의 대표 국가유산에 미디어, 디지털 기술을 접목하여 가치를 보다 쉽게 알릴 수 있는 야간 특화형, 지역체류형 콘텐츠를 개발하여 국가유산 향유와 지역 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고 나아가 역사문화자원이 집약된 고도, 근대역사문화공간, 역사문화권, 세계유산 거점 지역 등이 지역 명소로 거듭날 수 있도록 역사문화도시를 조성한다는데 그 목적을 정의하고 있습니다.
국가유산청은 2025년 국가유산 미디어아트 사업 공모를 통해 전국 8개 도시를 선별했고 군산시는 철원시(노동당사)와 함께 근대문화유산 국가등록문화재로 선정되었는데 그간의 사업에서 근대 국가유산이 선정된 적이 없어 이번 군산시의 선정은 근현대 국가유산에 대한 인식변화에 크게 이바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근대역사문화도시 군산은 군산 내항 역사문화공간에 국가등록문화재 제719호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수탈의 역사와 더불어 수탈에 저항했던 저항의 역사, 그리고 그 시기 건축물이 가지는 건축학적 의미는 근대문화유산 도시로서의 가치 있는 공간적 발견입니다.
근대문화유산을 품고 있는 군산의 역사는 지금의 우리 성장을 있게 한 소중한 유산입니다. 역사의 순환을 통해 우리가 잊고 있던 물려받아야 할, 물려주어야 할 유산을 빛으로 밝힐 시간입니다. 문화가 창조의 에너지, 시골의 소박한 영혼을 상징하는 소프트웨어라면 문명은 물질, 즉 하드웨어에 기울어 있는 개념입니다. 문화의 순환구조에서 볼 때 지금의 시대는 문명화된 시대로의 지표나 신호로 넘쳐나고 있습니다. 변질된 문명에서 문화로의 회귀를 위해 군산의 역사가 갖고 있는 문화 원형을 꺼내야 할 시간입니다. 근대역사문화공간의 산 교육장 순환 벨트를 잇고 Dead Space(죽은 공간)를 발견하여 빛의 생명력을 불어 넣어 Found Space(발견된 공간)화 해야 합니다.
기존의 콘텐츠 투어리즘의 근간은 지역의 콘텐츠를 통해 조성된 지역 고유의 분위기와 이미지로서 이야기성, 테마성을 부가하여 이야기(드라마, 영화, 애니메이션)를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것이었다면 현대사회는 관광에서 미디어가 미치는 역할이 커지면서 종래의 매스미디어에 더하여 소셜 미디어의 침투에 의해 정보가 넘치는 상황입니다. 이제는 관광이나 문화예술 체험이 시각적 체험에서 감각적 체험의 형태로 변환되고 콘텐츠를 통한 새로운 관광 방식으로의 전환을 해 나가야 합니다. 인터랙티브(interactive) 미디어의 핵심은 현장성(liveness)입니다. 미디어로 제대로 상호작용하기 위해서는 현장성과 참여(participation)가 필수적입니다. 지금은 참여의 시대이며 관객은 능동적으로 이야기에 참여하고 공유하고 선택하기를 원합니다. 따라서 관객들의 선택에 반응하고 상호작용하는 이야기는 수직과 수평으로 동시에 흐르고 공간과 시간 속에서 연결, 순환됩니다.
<2025 국가유산 미디어아트 군산>은 근대에 구축되기 시작했던 군산내항 역사문화공간에서 열립니다. 군산은 이미 고려시대부터 조창이 설치되어 전국에서 쌀이 모이는 집산지였고 한반도를 비롯해 국제 물류의 중심지였습니다. 그리고 1899년 대한제국 시절, 고종의 주도하에 개항한 이후 일제강점기를 거쳐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무역항이 되었습니다. 이전 시대 군산으로 모였던 ‘쌀’이 단순히 식량이었다면, 일제강점기 ‘쌀’은 억압당한 우리의 피와 땀의 상징이었고, 이후 100년 뒤 군산항을 통해 개발도상국에 전해지는 ‘쌀’은 식민지와 전쟁, 가난을 극복하고 부유한 나라로 일어선 우리 경제와 문화의 상징이자, 자부심이 되었습니다.
우리가 군산이라는 상징적인 공간을 통해 주목할 것은, 36년의 기간 속 수탈의 아픔뿐만 아니라, 그 이전 시기부터 지금까지 ‘쌀’이라는 매개로 이어져 온 다양한 교류와 해외진출, 새로운 세상과의 만남 등 군산내항이 근원적으로 품고 있는 창조적인 가치입니다. 또한, 앞으로 군산을 통해 세계로 싣고 갈 것은 군산이 오랜 세월 품어온 역사를 바탕으로 한 문화적 자산일 것입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번 미디어아트는 단순히 일제강점기 시절의 유산과 아픈 역사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이미 아픈 역사를 견디며 살아온 군산내항 인근의 건물에 새로운 의미와 생명을 부여함으로써 미래 지향적인 메시지를 전하고자 합니다.
우리가 잊고 있었던 이름, 그 날을 피웠던 수많은 이름이 빛으로 살아나 군산의 밤을 밝히며 꽃으로 다시 피어납니다. 근대문화유산의 곳곳에서 이야기꽃이 만발하고 빛의 정원을 따라 가다 보면 우리의 영웅들을 마주합니다. 순환의 꽃밭에서 나는 당신이 되고 당신은 내가 됩니다. 빛의 자전거가 유산 정원을 순환하면 온 세상이 꽃으로 가득 찹니다. 역사와 문화와 공간이 한 여름 밤에 꽃빛으로 물들어집니다. 빛에서 시작된 꽃물은 사람들을 물들이며 세상으로 번져갑니다.
우리는 미디어의 시대를 살아왔으며 미디어를 통해 세상과 소통해 왔습니다. 무성에서 유성으로, 흑백에서 컬러, 디지털로, 점점 진화된 미디어매체정보는 우리에게 개개인의 소중한 기억과 추억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우리는 세상의 아름다운 이야기들을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었고 <명화극장>은 이러한 미디어 변화의 시대를 대변하고 있습니다. 이번 국가유산 미디어아트 군산 명화극장은 군산의 역사와 현재, 미래를 담은 이야기가 여러 편의 명화(名畵)로 기록되어 각 국가유산 극장에서 밝은 빛(明華)으로 상영되고 극장을 잇는 사이의 공간들에서는 아름다운 명화(明花)로 화원을 이루며 씨네마화원을 달리는 자전거들은 근대역사문화 공간을 하나로 이으며 우리에게 아름다운 명화 정보를 전달합니다. 이것은 단순히 관람하는 전시형 미디어아트가 아니라, 직접 스토리의 주인공이 되어 체험하고 공감하며 여정을 함께하는 몰입형, 장소 기반형 미디어 씨어터가 될 것입니다.
전북특별자치도 군산시 해망로 244-7 (장미동, 군산세관)
244-7, Haemang-ro, Gunsan-si, Jeonbuk-do, Republic of Korea